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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에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이별의 눈물인가 목포의 서름//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임 자취 완연하다 애닲은 정조/
유달산 바람은 영산강을 아느니/임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눈물’


유달산에 들어서면 '목포의 눈물'이 아련하게 들려온다.

"이 노래가 '목포의 눈물' 이었구나."
특유의 비음과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일제강점기 가요 창법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던 그 목소리, 그 노래가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이었다.

애달플 수 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을 지닌, 이 노래를 등에 지고 유달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겨우 15분 쯤 올라갔나?
산 허리춤도 못 갔는데 멋진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핸드폰 사진이라 그때 느낌만 못하지만..)



오포대. 일제시대부터 정오를 알리는 신호 역할을 했던 대포라고 한다.
목포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어디서 뻥뻥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뭔가했더니,
이 소리였나보다. 

 

시간이 너무 흘렀다. 기억이 안난다. 시구가 마음에 들어 찍었는데 안 보이네.




산 중턱에서 바라 본 목포 시내 전경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 말다 그랬는데
유달산에 오를 땐 어느 정도 맑게 개였다. 뭉게뭉게 양털구름이 예쁘다.



유달산 정상 일등바위에서 바라 본 다도해의 모습
눈부시다.
나름 정상에서의 순간을 맘껏 만끽하고 싶었건만 바위는 너무 뜨거웠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나비가 자꾸 날아와서 시비를 거는 바람에
분위기고  뭐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나비는 소름끼치게 무섭다)
결국 5분만에 하산 ㅋㅋ



맑게 갠 파란 하늘.
내가 저~기 내려다 보이는 목포 시내를 하루종일 샅샅히 훑고 다녔었다고!



하산하다가 잠깐 쉴 겸 전망대로 보이는 곳엘 갔는데
이런 팻말이 있었다.
쳇! 무슨 근거로 이런 팻말이 있는 거야?
거기 아저씨 두 명 있었는데, 씁쓸했다.
원래 영화에서는 이런데서 여행을 하던 젊은 총각, 처녀가 사랑에 빠진다고!
현실은 냉혹하다.



유달산 조각공원. 여기까지 가는데 우여곡절이 좀 있었다. ㅎㅎ
나는 나름 호기심도 많고 모험심도 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올라갔던 등산로대로 하산하지 않고 길을 좀 틀었다.
왔던 길 그대로 내려가기는 싫었던거지.
문제는 거기에서 부터 시작됐다.
아무리 표시 된 이정표로 내려와도 자꾸 다른 길이 나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산 속은 무섭도록 고요했다.
참고로 난 중급 길치이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젠장, 유달산은 정상까지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의 동네 뒷산 수준인데...
또! 또! 또! 길을 잃은 것이다. 
'어차피 길은 통하게 되있어' 이런 생각을 하며 거의 뛰다시피 하며 무작정 길이 난 곳으로 걷고 있는데
멀리서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본능에 의지해 그 쪽으로 갔다.
역시 신은 내 편이었다.
아주머니 대 여섯 분이 내려오고 계셨다.

"저기.. 길을 잃었는데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이고, 아가씨 혼자 온거야? 날도 어두워지는데 위험하게."
"우리도 지금 내려가는 중이니깐 따라와~"

"감사합니다. ㅠㅠ"

"조금만 내려가면 돼. 목포 구경은 많이 했어? 다음엔 어디로 갈거야?"

"수산물 시장에 가려구요.. 근데 시간이 좀 빠듯하네요."

"거긴 새벽에 가야 돼. 시간도 애매하니깐 조각공원에서 구경 좀 하고 내려가."

"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들은 목포시내까지 가는 방법도 세세히 알려주시 곤 그렇게 우루루 먼저 내려가셨다.
혼자 여행 다니면서 나름 터득한 건, 길은 무조건 아주머니에게 묻는게 가장 안전하다는 거다.
딸 같아서인지 잘 알려주시고, 친절하고, 편하다. 
여행 하면서 그렇게 고마운, 엄마같은 아주머니들을 많이 만났다.
 



결국 마음먹은 대로 등산 시작했던 길이랑 완전 다르게 내려왔다. 내려와보니 완전 반대 방향
암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유달산 반대편에서 쭉 내려오고 있는데 멀리서 색소폰 소리가 들려왔다.
'캬~분위기 쥑이네'
사람들 표정을 봤다.
색소폰 소리에, 선선하게 부는 초가을 바람에, 유달산 넘어로 비스듬하게 떠오른 초승달 달빛에 취한 듯
그 순간 만큼은 모두들 행복해보였다.



노적봉에서 바라 본 유달산의 모습.

색소폰 아저씨에게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신청하고
캔맥주를 하나 샀다.
이런 분위기에 알콜이 빠질 수 없지.
노적봉 정자에 앉아 광석오빠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정말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큼 행복했다.
하루종일 걸어다닌 탓에 몸은 고되었지만 정말 이 맛에 여행한다 싶었다.
순간 순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느껴지는 가슴 뭉클한 감동. 
목포에서 최고의 순간이었다.




유달산을 뒤로 하고 목포시내로 걸어 오니 루미나리에 동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멋지군'
 
한편 전기세가 걱정됐다. ㅎㅎ

'아~ 목포에서 마지막 밤이로구나.'
'완전 배고프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관광안내서에 소개 된 맛집에서 '꽃게 무침'을 먹었다.
식당 TV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발인식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아줌마, 소주 한 병 주세요"

꽃게 무침이 소주를 부르기도 했지만, 뉴스를 보고 있자니 소주가 절로 땡기더라..
목포 여행은 그렇게 알딸딸하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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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드리밍하이커